뭔가 불완전하다. 느낌표보다 물음표에 가까운 표정, 수십 개의 단어를 머금은 듯한 눈빛, 가늠할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 즉 ‘소녀’의 신비로운 이미지는 곧 ‘비밀’스런 순간으로 드러났다. 우주소녀의 두 번째 미니앨범
유연정의 합류로 13인조로 팀을 재편한 우주소녀는 이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관을 드러냈다.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단순히 콘셉트 시리즈로 규정할 수 없는 구성으로 독특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제각각의 스토리를 품은 멤버들을 배경으로 음악에 옷을 입히듯, 뮤직비디오, 패션, 아트워크 등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구성. 여기에 미스터리한 리들 프로모션으로 즐기는 재미도 더했다.
타이틀곡 '비밀이야'는 셔플리듬을 기반으로 한 미디엄 댄스곡으로, 우주소녀의 이미지를 토대로 맞춤형으로 제작된 노래다. '비밀'이란 키워드를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녀의 마음을 다룬 곡으로, 인트로의 오르골 테마와 일렉 기타, 신스, 스트링이 조화를 이루며 밀도 높고 꽉 채워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히트 작곡가 E.One이 작사 작곡을 맡았고 신사동호랭이가 편곡을 담당했다. 이외에도 엉뚱한 상상과 공감어린 소녀들의 현실적 스토리를 수록한 노래로 가득 채웠다. 일렉트로 트랩이란 독특한 장르의 'Bebe', 소녀들의 순수하고 러블리한 감성을 담아낸 '우주 키스미', 기리보이의 재치가 돋보이는 '로봇' 등의 곡으로 다양한 매력을 뿜어낸다. 또 마지막곡 '이층침대'는 불확실한 미래, 날 지켜준 가족, 또 다른 가족이 된 멤버들의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곡이다.
우주소녀 멤버들의 이미지에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모티브를 찾아내 입힌 것은 이번 테마 앨범의 핵심이다. '비밀이야'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구성의 타이트함은 앨범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데뷔곡 '모모모'가 티없이 맑은 소녀들의 찬가였다면, 이번 곡은 같은 골격 안에서도 빽빽히 자리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감정선은 더욱 여리고 풋풋하다. 하늘하늘한 노랫말과 신스팝,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판타지 요소 등이 순수한 소녀들의 더욱 비밀스러운 사랑을 불러온다. '우주'란 미지의 세계와 '소녀'의 여리고 순수한 이미지를 결합한 팀의 색깔을 보다 분명하게, 비로소 우주소녀의 스타일임을 알린다.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은 판타지, 실제와 허구 사이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한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소녀들의 성장기인 셈이다. 비밀, 신비, 순수, 고백, 별자리 등 복잡하게 얽혀있으면서도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뮤직비디오는 위너의 'Baby Baby', 이하이의 '손잡아줘요' 등을 작업한 판타지랩의 김지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우주소녀의 꿈과 모험, 사랑을 그린 가상판 애니메이션 설정이다.
판타지와 미스터리 요소를 재구성해 독특한 걸스 코드를 제시한 우주소녀는 걸스팝의 새로운 유형이다. 오래 봐야 진짜 알 것만 같은 소녀들, 서브컬쳐적 취향을 덧입혀 새로운 세계를 공개한 우주소녀는 또 다른 '걸스 판타지'를 전달할 것이다.
